女子, 女子, 女子
하나, 의문 : 등교길에 보면, 월곡역에서 내리는 처자들의 옷맵시나 외모가 고려대역 혹은 안암역에서 내리는 처자들보다 나아 보인다. 학교 안에서 돌아 다니다 보면, 밸리 댄스 강사인 사촌 누이께서 캠퍼스를 한 번 둘러 보고 탄식할 만큼 잘 꾸민 처자가 없는 편이기는 하지만, 가끔 눈이 돌아가는 처자들도 있다. 하교길에 동덕여대역에서 승차하는 처자들의 모습은 대체로 아침 나절보다 못한 편이다.
둘, 이해 : 미인 대회에서 여성을 채점하는 기준은 소나 돼지의 육질을 심사하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미인의 샅은 두 다리를 모으고 섰을 때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허벅지에 살집이 올라서도 안 된다. 미인의 그곳은 보아서 팽팽한 긴장이 느껴져야 한다. 젖가슴의 경우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안 되고, 두 쪽의 위치가 가지런해야 하며, 탄력이 없어 축 늘어져서는 안 된다. 어깨도 너무 넓거나 좁아서는 곤란하여, 미인의 어깨 각도는 20도가 훌륭하다. 이렇듯 각각의 신체 부위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수 매긴 끝에 미인은 탄생하는 것이다. 어쩌다 미인대회 중계를 볼 때면 승자보다 얼굴 생김새가 더 좋아 보이는 탈락자가 많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김훈의 칼럼을 보고 알았다.
셋, 대화 : 성신여대역에서 탄 네 명의 20대 여성들은 미아역에서 내릴 때까지 쉼없이 재잘거렸다. 내가 얼핏 들은 대화의 주제는 무리 중 한 여자가 남자에게서 받은 휴대전화 단문의 문장부호 생략이었는데, “잘 지내”와 “잘 지내?” 사이에 있는 의미의 차이를 두고 사랑의 유무가 논증되는 형국이었다. 음주는 실수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하였고 대화의 도마에 오른 남녀의 교제는 끝이 보이는 듯 하였다. 그녀들의 이야기에 정신이 쏠려 읽고 있던 책에 대한 주의가 잠시 흐트러졌고 책의 내용에 다시 집중하는 순간 내려야 할 역에서의 출입문이 닫히고 있었다.
넷, 기억 : 안녕이라고 말하는 얼굴을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다 화장과 세월을 치워낸 모습을 겨우 기억해 내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채로 남겨 두는 게 좋구나. 마음 졸이던 때로부터 강산이 반절 가량 바뀌었을 뿐인데 시간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