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 觀戰

작년 연말에는, 그래도 이 맘 때쯤이면 슬슬 군부독재세력의 후예가 집권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 줄 알았다. ‘개혁 우파의 이데올로기’라는 제목으로 개요를 짜둔 글은 완성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한국에 만연한 진보-보수 담론 대신 근대 3대 정치이념으로 한국근현대사를 대충 훑어 보고, 진보라는 개념이 쓸모없다고 풀어 볼 작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지랄 맞은 모교가 대한민국 최초로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 소재 대학교가 될 모양이다. BBK건 뭐건 어떤 종류의 부패 혐의도 그의 지지율을 깎을 수는 없어 보인다. 골리앗 같은 이명박도 이 돌멩이라면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김경준 충격 고백!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최장집은 누구 말마따나 한국에서 유일하게 내놓을만한 사회과학자답다. 장하준은 영국 대학 교수니까 제쳐놓자. ‘어떤 민주주의인가’도 조만간 구해 봐야겠다.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해 본다.

무능한 민주화 세력보다 부패하지만 유능한 산업화 세력이 더 낫다거나 또는 민주화 세력의 집권 10년 동안 더 나빠졌다는 보수의 구호를 어떻게 보나?

=민주화 세력이 무능하다는 건 설득력이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민주화가 어떻게 됐는가라는 역사적 조건과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 해방 이후 1987년까지 권위주의, 냉전 반공주의의 이념적 기반과 60~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기본 골격이 만들어졌다. 87년 민주화 이전의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갖는다.

또 특정 국면에서 힘이 됐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고 군부를 패퇴시킬 수 있었지만, 국가를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건 훨씬 어려운 얘기다. 진보개혁 세력이 무능하다고 보기보다 진보개혁 세력이 대안적인 발전 비전과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자신들의 관료, 자신들의 전문가층을 형성하는 데 부족했다고 한다면 말이 된다. 그렇지 않고 진보는 무능했다고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조건에 무지하거나, 정치적인 효과를 노린 주장이다. 87년 이후 민주화 세력은 외환위기의 유산을 온전히 떠안았다. 앞선 구질서를 정리하고 개혁까지 해야 했다. 막중한 과제를 한꺼번에 어깨에 짊어졌다. 그것은 사실 민주화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역사의 구조적 문제였다. 내가 노무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를 사례로 들어 민주화 세력이 했어야 할 과제들이 안 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민주화 이후 모든 정부들이 안고 있는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 비판이다. 당연히 나도 민주적인 정부가 잘되길 바란다. 그러나 비판은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를 유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과장이다. 관료가 얼마나 형편없었는가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잘 보여준다. 외환위기는 재벌과 관료의 문제점들이 합쳐져서 나타난 재난이었다. 외부로부터 변화가 닥쳐오고 있었을 때 거기에 대응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백일하에 보여줬다.

문제는 좌파와 개혁이라는 수사를 붙여주기도 민망한 우파 모두 운동의 정치에만 익숙해서 조직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에는 능하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할 전문가를 키워내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 하다못해 이정우와 정태인 같은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윤종훈 회계사를 품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의 모습도 참…. 그뿐만 아니라 외무고시 출신 前 외교부 사무관 등 민노당에 힘 좀 보태려고 갔던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뿌리 내린 사람은 거의 없는 걸로 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집단은 과장 좀 보태서 여의도 한 바퀴 돌만큼 한나라당에 길게 줄 서 있다고 들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진다면 그네들도 등을 돌릴 테지만. 금배지 노리고 노란 깃발 아래 섰던 무리는 자연스럽게 파란 깃발 아래로 우르르 몰려 갈 테지. 문국현이 창조한국당을 건전한 우파 정당으로 이끌고 나갈 가능성도 낮다. 선거 광고할 돈도 부족하다 하니 총선 때까지 조직을 건사하기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민노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할 것이냐, 사회당에 표를 던질 것이냐 고민 중이다. 집단적인 투표 포기 선언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던데, 글쎄다. 정치적 무관심과 과연 어떻게 구별될 수 있을까?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 중에 보면 투표용지에 ‘전부 지지하지 않음’이란 항목을 만들어 내라고 헌법소원을 냈다가 각하당한 게 있다. 선거 거부 행위는 제도적으로 무의미하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기도 쉽지 않다. 민주주의가 대의제로 성취될 수 없다는 이유로 선거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정치적 요구를 담기 위한 투표 포기는 덧없는 짓이다.

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