敗北

“노련한 지배자는 신민들을 수동적이고 조직되지 못한 상태로 유지할 수도 있다. 소규모 지배 집단은 다양한 분할 통치 전략을 구사해 반란의 위협을 막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엘리트를 움직이는 유인들은 적극적인 시민들이 없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적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오직 외적 충격뿐일 것이다. 만일 갑자기 외국의 엘리트들에게 위협을 받게 된다면, 특정 국가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을 제한할 매우 강력한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법적 확실성, 개인의 권리, 민주적 영향력 등을 아래쪽으로 넘기고 협의에 참여하는 집단의 범위를 넓히고 일반 신민들에게 법적 참여권을 주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신민들이 현 정권에 이해관계가 있는 존재들로 바뀌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특정 국가의 엘리트들이 외국의 엘리트들에게 협력하거나 예속된다면, 그들은 비참여적·비재분배적·규제적·억압적 정권을 세우고자 하는 강한 유혹에 빠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투르게 흉내만 낸 법의 지배가 출현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극소수만이 법적 도구들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제1장 법의 지배의 계보 中

어떤 사람들은 그가 바보라서 사랑했다지만 나는 그의 어리석음에 치를 떨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다면 권력을 시장에 제도적으로 넘긴 사람은 다름 아닌 노무현이다. 상식이 통하는 정상국가를 향한 열망을 현실에 구현하고 싶었다면 그는 더 현명했어야 한다. 소탈한 사진 몇 장을 남겼다고 그를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기억한다면, 정작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그를 미워하는 기업인들만큼 멍청한 놈이 될 뿐이다.

이 나라 ‘메인스트림’은 어떠한 종류의 자기 제한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직과 국회 과반수 의석으로도 주류가 범람하는 꼴을 다듬는 데 실패했다. 사회에 뿌리내린 기반 없이, 선거로 획득한 권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저 세찬 물길을 길들이는 방법은 차근차근 조직을 형성하는 방법뿐이다. 당신이 휩쓸려 간 과정을 낱낱이 되새기며 둑을 쌓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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