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 Empti
1. Actio의 의미
실체법과 절차법이 분화된 근대 시민법에서는 실체법에서 구체적으로 개별 권리를 규정하고, 분쟁이 생기면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訴權으로 절차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여 각자의 권리를 확인받는다. 로마법에서는 私權과 訴權이 분리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법률관계마다 개별적인 actio가 존재했다. 로마 법학자는 어떤 사건이 있으면 오늘날처럼 실체법상 권리 개념으로부터 접근하지 않고, 어떠한 actio가 있는지를 고민하였다. 즉, 로마인들은 권리를 소송에서 관철할 수 있는 법적 보호를 받는 지위나 자격으로 보았고, ‘누구에게 actio가 인정된다’는 표현은 ‘누구에게 권리가 있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로마법을 訴權法體系라고 부르는 것이다.
2. 賣買(emptio venditio)와 actio empti
로마법상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소유권이전의무가 아니라 목적물의 완전한 점유(vacua possessio)를 매수인에게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였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매매계약이 생겨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로마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인 토지와 노예 및 가축은 手中物(res mancipi)로서 市民法(ius civile)의 엄격한 요식행위인 掌握行爲(mancipatio)나 法廷讓渡(in iure cessio)로만 취득할 수 있었다. 시민법은 로마 시민에게만 적용되므로 외국인은 이러한 시민법상 물권양도행위를 할 수 없어서 로마 시민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없었고, 그 결과로 로마인과 외국인 사이에 萬民法(ius gentium)상 매매제도가 발달하였다.
手中勿을 단순히 引渡(traditio)한 경우 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으므로 매수인은 使用取得(usucapio)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했고, 매도인은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때까지 담보책임을 부담했다. 외국인이 로마인에게 手中物을 매도할 때는 이렇게 처리되었으나, 使用取得도 로마인에게만 적용되는 제도였기 때문에 로마인이 외국인에게 手中物을 매도할 때에는 시민법이 아니라 名譽法(ius honorarium)에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명예법은 政務官(magisratus)이 직권행사를 통해 발달시킨 일련의 법제도로서 시대에 맞지 않는 시민법을 보정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手中物과 달리 非手中物(res nec mancipi)은 매도인의 단순한 인도로써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살펴보았듯이 로마법에는 일반적 소권(actio generalis)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서도 개별적인 actio가 필요했다. 매매 계약을 맺은 당사자 사이에서 매수인은 actio empti로, 매도인은 actio venditi로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완전쌍무계약의 당사자 간에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을 고유소송이라고 불렀다. 매매의 주된 효력은 매도인의 점유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였으므로, 매수인은 actio empti로 목적물을 점유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賣渡人의 擔保責任과 actio empti
(1)追奪擔保責任
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이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때까지 담보책임을 부담한다고 기술하였는데, 이러한 담보책임은 애당초 매매계약의 효력이 아니었다.
장악행위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된 뒤 목적물에 爭訟이 발생하면 매도인은 소송에 참가하여 매수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이를 actio auctoritatis라 했는데, 매매법상의 法定責任이 아니라 12表法에 기초한 소권이었다. actio auctoritatis는 장악행위가 없었다면 적용될 수가 없으므로 매수인은 追奪(evictio)에 대비하여 로마법에서 널리 쓰인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言語契約인 問答契約(stipulatio)으로 매도인에게 추탈담보책임을 보장받았다. 거래가 장악행위로서 이루어지지 않았고 추탈담보계약도 맺지 않았다면 매도인은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
매수인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빼앗겼는데 담보계약이 없었다고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면 형평에 어긋나므로, 적어도 古典期부터 이 경우에도 actio empti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유스티니아누스帝 시대부터는 추탈담보책임이 매매계약의 효력으로 인정되어 매도인의 책임으로 일반화되었다. 이처럼 actio empti는 추탈담보책임의 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瑕疵擔保責任
物件의 瑕疵擔保責任도 처음부터 매매의 효력으로 인정된 책임이 아니었다. 양도인이 하자담보에 관하여 言明(dictum in mancipatio)한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을 졌고, 古法時代부터 추탈담보책임과 마찬가지로 당사자 사이에 문답계약으로 매도인이 물건의 하자에 대하여도 담보책임을 부담하는 거래관행이 존재했다. 이러한 담보책임약정이 없으면 매수인은 보호될 수 없었다.
共和政末이 되면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있어서도 사정이 바뀌기 시작한다. 로마시내에서는 高等按擦官(aediles curules)이 노예와 가축의 시장거래에 대하여 경찰감독권과 재판권을 관장하였는데, 보통 외국인이 노예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들의 평판이 좋지 않아서 매수인에게 큰 위험이 따랐고, 매수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按擦官告示(edictum aedilium circulium)가 창설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노예와 가축의 매도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목적물의 숨은 하자를 매수인에게 告知하여야 했고, 고지되지 않은 하자에 대해서는 매매 당시에 매도인이 이를 알지 못했어도 책임을 져야 했다. 이 책임의 효과로 매수인은 해제권(actio redhibitoria)과 대금감액청구권(actio quanti minoris)를 행사할 수 있었고, 유스티니아누스帝는 안찰관고시의 적용범위를 모든 물건의 매매에 확장했다.
또 이 시기에 이르면 매도인이 하자가 없다고 보증하였거나, 명시적인 언명이 있었거나, 악의로 하자를 은폐한 경우 물건의 하자 때문에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actio empti로 배상받을 수 있었다. 안찰관의 담보소송과는 달리 매도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했으므로 행사요건이 엄격했다. 그러나 actio empti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청구기간이 훨씬 길어 안찰관소권보다 매수인에게 유리하였다.
유스티니아누스帝는 시민법과 명예법을 통합하면서 안찰관의 고시규정을 Digesta에 채용했는데, 매도인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원고가 입은 실손해(quod actoris interest)를 actio empti로 배상받을 수 있고, 계약해제권도 actio empti에 편입되었다. 즉, 매매의 효력으로 하자담보책임이 당연히 인정되어 손해배상청구권, 해제권, 대금감액청구권이 하나의 법리로 확립된 것이다.
이처럼 actio empti와 함께 발달한 담보책임제도의 연혁을 살펴보면, 담보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과 구별하려는 목적에서 법정책임으로 창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은 담보책임의 본질이 채무불이행책임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4. 原始無效인 賣買와 actio empti
근대법과 동일하게 로마법에서도 계약의 목적물이 자연계에 實在(in rerum natura)하지 않으면 계약은 무효였다. 로마법에서는 현존물이 아니라 장래에 취득할 가능성이 있는 물건에 대한 매매(emptio rei speratae)도 가능하였고, 심지어 매도인이 물건을 취득하지 못해도 매수인이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매매(emptio spei)도 할 수 있었으나, 실재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매매는 성립되지 않았다.
매매가 무효라면 actio empti를 논할 여지도 없는데, Sabinus派는 체약자 간에 설정된 일정한 관계에 신뢰보호원칙을 적용하여 actio empti를 인정하였다. 로마에서는 상속재산(hereditus)도 매매의 대상이었는데, 상속재산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actio empti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D.18.4.8). Procules派는 이 경우 非債辨濟의 不當利得訴權(condictio indebiti)을 인정하였을 뿐이다(D.18.4.7). 이 학파 대립은 Jhering이 계약체결상의 과실(culpa in contrahendo) 이론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재하지 않는 물건처럼 神法상의 物件(res divini iuris)이나 公有物(res publicae) 같은 非融通物에 대한 매매도 무효였는데, 유스티니아누스帝法에서는 매수인이 목적물을 융통물로 잘못 알고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actio empti가 인정되었다. 이처럼 actio empti는 시대가 흐르면서 인정되는 범위가 점차 확장되었고, 매매에서 매수인을 보호하는 주요 수단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玄勝鍾·曺圭昌, 로마法, 1996, 法文社.
최병조, 로마법강의, 1999, 博英社.
胡文赫, 債權과 請求權의 관계, 民法註解Ⅷ,1995, 博英社.
南孝淳, 擔保責任, 民法註解XⅣ, 1997, 博英社.
郭潤直, 債權各論, 2003, 博英社.
梁彰洙, 原始的 不能論, 民法硏究 第3券, 1995, 博英社.
http://lawlec.korea.ac.kr/law/?p=38, 최근확인일 2008.4.19
변두리 said,
June 26th, 2008 at 9:26 pm
actio auctoritatis (lex duodecim tabularum):
Die Gewährschaftsklage ermöglicht dem Erwerber einer durch mancipatio erworbenen Sache, vom Verkäufer den doppelten Betrag des Kaufpreises zu verlangen, wenn ihm die Sache beispielsweise wegen einer durchgedrungenen Herausgabeklage eines Dritten vorenthalten wird.
(12표법(lex duodecim tabularum)상의 추탈담보소권은 재산을 악취행위 또는 장악행위(mancipatio)를 통해 받은 사람이 취득 시효 기간(usupacio)내에 예를 들어 우월한 권원을 가진 제3자에게 추탈당한 경우 그 사용을 방해받는다면, 매도인에게 그 물건의 두 배의 가치를 구할 수 있는 소권이 인정되었다.)
“…이를 actio aucoritatis라 했는데, 매매법상의 法定責任이 아니라 12表法에 기초한 소권이었다. actio aucoritatis는 장악행위가 없었다면…”
철자 하나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장인은 새로운 것을 남보다 빨리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100개를 만들어도 똑같은 품질과 실수가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라틴어를 괄호로 표시하지 않고 바로 본문에 표기하는 경우의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멋진 후배의 모습보다 더 멋진 후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변두리 said,
June 26th, 2008 at 9:32 pm
취득 시효 기간(usupacio) –> (usucapio) 정정
永革 said,
June 27th, 2008 at 12:06 am
앗, 철자를 빠뜨렸는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은 보고서랍시고 기쁜 나머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네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정밀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키 said,
June 28th, 2008 at 4:54 pm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_ㅠ 역시…전공의 차이는 큰 듯.~_~
12표법이나 로마법의 역사적 의의나 영향이라든지,
법조항을 통한 사회성격이나 변화를 알아보는 것 등은 서양고대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절차법이니 실체법이니 하는 법학의 전문적인 용어나 내용은
안 나오기에 (……);
永革 said,
June 28th, 2008 at 7:46 pm
민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으면 이 보고서를 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 ^^; 여기서 한자어로 표현된 용어들은 대부분 법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어이기 때문에.. 제가 사학에서 다루는 사료들을 읽어낼 능력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겠죠.
서양고대사에서는 로마법을 당시 사회를 공시적으로 분석하는 자료로 활용하겠지만, 법학에서는 근대법과 비교를 통해 법제도가 어떤 변천을 거쳤는지 통시적으로 분석한다는 점도 많이 다르겠지요.
다만 로마법 연구는 이제 법사학에서 다루는 상황이 된 것 같아서 전문 연구를 하려면 사료 해석 능력을 갖추고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는 있겠네요. 그리고 로마법의 영향은 어쩌면 법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 진수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미아 said,
July 5th, 2008 at 4:48 pm
니 블로그 rss 주소는 어디에서 찾어?
永革 said,
July 5th, 2008 at 9:44 pm
오른쪽 사이드 바에 보면 검색창 위에 Entries RSS라네.
kakiru said,
July 11th, 2008 at 8:37 am
보고서였구나ㅋ 저 한자와 라틴어의 난무에 눈이 익숙해진 걸 보니 나도 쩔은게야…ㅠㅠ
永革 said,
July 11th, 2008 at 9:01 am
한자는 몰라도 라틴어는 법학 배울 때 특별히 접할 길이 없지 않던가~? 독일어는 많이 보게 되어도.. ㅎㅎ 어차피 독일어나 라틴어 모두 제대로 읽을 줄 모르니 그저 ‘알파벳의 집합’으로 보일 뿐. -_-
kakiru said,
July 11th, 2008 at 6:36 pm
국제법을 공부하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되는 라틴어 법률용어ㅋ 돌발영상에서 외교부 담당자가 라틴어 법언 들먹이면서(계약은 지켜져야 한다)기자들 훈시하는 거 보면서 ‘저런 찌질이들도 들먹이는데 내가 모르는 건 쪽팔리는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永革 said,
July 12th, 2008 at 8:51 am
국제법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양이군. 그러고 보면 형법에 In dubio pro reo 같은 것도 몇 개 있긴 하구먼~
근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 책임자였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한미 간 쇠고기 협의 합의 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은 ‘협정(agreement)’이나 ‘협약(convention)’이 아닌 양국 간 ‘협의(consultation)’에 불과해서 Pacta sunt servanda는 여기 적용되지 않는다더라고.
kakiru said,
July 15th, 2008 at 6:22 pm
갈수록 태산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