寄生獸
1.
지난주 어느 날, 귀가하니 거실 TV에 어떤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보통 동생이 토크쇼를 보고 있기 마련인데, 베이징 올림픽 중계 때문에 방영 시간이 미루어진 듯했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돈 잘 버는 남자 사업가가 유명 여배우와 이혼 소송을 벌이는 줄거리였다. 이어지는 법정 장면에서 나는 경악했다. 온갖 기자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작가는 최근 간통죄 위헌제청신청을 했던 여인의 재판을 다룬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보지 못했나? 가사재판은 비공개가 원칙이라, 취재진이 법정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던데.
판사가 읽은 판결주문도 가관이었다. 이혼하려는 부부가 혼인 전에 만약 앞으로 이혼하게 된다면 남자 재산을 떼주기로 한 부부재산계약을 맺었다면서, 그걸 근거로 공유물 가운데 500억을 분할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민법제도라 할 수 있는 부부재산계약을 어디서 찾았는지 용하기는 하다만, 아쉽게도 이 제도는 혼인 관계가 아무런 문제 없는 동안 부부가 취득하는 재산에 관하여 법에서 정한 부부별산제와 다른 내용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사적자치의 영역을 가족법에서 넓혀 놓았을 뿐이다. 이혼 시 재산분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남편이 재산을 취득한 과정에 아내가 기여한 바가 있어야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 가운데 아내가 제 몫을 주장할 수 있는 법인데, 그저 부부재산계약을 들먹이며 재산을 뜯어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어지는 상황은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패소한 남자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 무슨 자산운용회사인 듯했는데, 판결 보도가 나가자마자 투자자들이 돈 내놓으라면서 들이닥쳤다. 펀드런이라는 친절한 자막까지 뜨면서. 박현주가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500억을 물게 되었다고 미래에셋에 돈 맡긴 사람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생기겠는가. 개인과 법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작가라고 볼 수밖에.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라고 경영학 강사가 가르치는 나라에서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제도에 대한 이해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법학개론 같은 쓸데 없는 이야기로 가득 찬 책 말고, 근대 법학에 대한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규범의 근본 원리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2.
일곱 번째 학기 성적을 확인하고 꽤 오랫동안 우울했다. 교재를 읽고 외워서 답안지에 쏟아내는 능력이 그리 출중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마침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단순암기능력은 비슷한 수험능력을 지닌 집단 가운데 잘해봐야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준비하는 시험에 과연 합격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수험생은 압류와 가압류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고 관련 판례를 암기한다. 그러고도 2차 시험까지 붙을 수 있는 시험이다. 나는 그게 되지 않는다. 외워야 할 까닭이 없으면 자극을 받지 못한다.
책을 펼치면 바로 알 수 있는 정보를 낑낑대며 머릿속에 구겨 넣는 작업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시험이 끝나면 밑 빠진 독에 채웠던 물처럼 빠져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체화되는 지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공부를 하며 살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심리적으로 금지된 욕망을 갈구하는 짓에 불과할 뿐이다. 나처럼 나태한 놈은 공부가 주업이 되면 또 도망치고 말 것이다.
3.
이동통신사와 맺었던 계약을 해지했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생활에 심대한 지장이 생기고, 직접 버는 돈으로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연락할 일이 있는 지인들은 이곳 우측 최상단에 있는 게시물 말미에 첨부된 전자우편주소를 활용해 주시길. 여기까지 올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는 교우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ラミア said,
August 29th, 2008 at 11:20 am
1. 작가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뭐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법정싸움이 주제가 되는 드라마를 쓸 정도라면 어느정도는 자문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전에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큰딸로 나오는 신은경(극중 변호사) 대사를 들으면서 기겁을 한 적이 있는데 신은경이 극중에서 같이 사는 동료 변호사에게 승소하고 돌아와서 흥분에 가득찬 목소리로 한다는 말이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는거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확 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 했지.. 결국 유도심문에 넘어가서 다 자기 입으로 자백하고.. 그쪽 변호사 벙찐 표정이 정말~>_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보아하니 작가는 1. 민사재판의 피고와 형사재판의 피고인을 구별 못하고 2. 재판의 당사자에게는 증인능력이 없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게 티가 나더라고. 우리 나라 법제는 알지 못하고 미국 법정영화만 좀 몇 편 본 듯.(아마 어퓨굿맨?)
개인적으로 미드일드가 킹왕짱 한국드라마 즐꺼지셈 이런 부류 정말 싫어하긴 하지만 법정드라마가 아니라 법정을 배경으로 한 연애드라마를 만들더라도 좀 작가로서의 기본소양은 갖춰줬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더라고 ㅋ
2. 수험에 ‘왜’라는 의문은 필요 없는 것 같어. 보면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시험 합격 한 후에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어떤 법조인이 되겠다 이런 것도 모르는 애들이 시험은 빨리 붙더라. 눈 앞에 산이 있으니 오른다는 뭐 그런 애들? 그걸 안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수험을 위해서는 내가 하는 짓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에 대한 생각에서는 초연해질 필요가 있는 듯.
3. 정권 교체 후에 이바닥을 보니 내가 대체 뭔 일을 하려고 이 길을 가려는가 하는 엄청난 벽에 부딪혔다..-_-; 너같은 친구들이 이 길에 많이 진입할 수 있어야 할텐데. 들어가서도 아웃사이더가 될 게 눈에 선하니 체제란 이런 식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거구나 싶어서 눈물이 남.
永革 said,
August 29th, 2008 at 1:11 pm
코멘트들을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드렸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 계약에 따른 책임과 법률 규정에 따른 책임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현실에서 아무 소용 없는 라드부르흐 법이념론 이런 거 말고 실제 원리를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한탄하는 게 아니라, 닥치고 외우는 일이 너무 되질 않아서… 이 바닥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투입하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구먼. 일단 진입만 하면 아웃사이더가 되더라도 입에 거미줄 칠 걱정은 덜 할테니 그저 견디는 수밖에.
천어 said,
August 29th, 2008 at 4:43 pm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유키 said,
August 29th, 2008 at 7:06 pm
역사를 잘 이해하는 방법은,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 가장 큰 움직임들만 찾아내어
잘 연결시켜 기억하는 거지만, 역사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는 방법은
닥치고 암기 (………);
암기가 어떤 것을 기억해 낼 때 필요한 시간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니 버릴 수는 없지만, 의미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암기만 해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건 역시 문제…;ㅁ;
(덕분에 대학 때 학점이 교수님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켰어요 -_ㅠ
자신이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기를 기대하는 교수님에게 C+받았으니 안습 OTL)
ps. 예전 솔로몬의 선택 보면서 약간 얻은 지식이 법률지식의 전부. ( –);
永革 said,
August 29th, 2008 at 8:44 pm
천어 / 그러니까 그저 쉬지 않고 해보는 일 밖에 없겠지요. ㅎㅎ;
유키 / 한국 대학에서 성적 평가하는 방식이 죄다 그렇죠. 얼마나 많은 내용을 암기해서 답안지에 쏟아내느냐. 고등교육기관에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다 열등생의 푸념에 불과하니…
솔로몬의 선택에서 알려주는 단편적인 지식을 아무리 많이 모아봐야 별 쓸모가 없습니다. 근대법의 원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아는 게 중요한데 이런 걸 알려주는 서적은 없다고 봐야죠.
유키 said,
September 1st, 2008 at 11:15 pm
http://dhoguide.com/talk/261767
http://dhoguide.com/talk/261985
미르의 한 유저 분이 쓰신 글인데, 현재 환율이 엉망진창 된 이유를
알기 쉽게 써 주셨어요.
더불어 이명박 정부가 세계의 경제흐름도 읽지 못한 채
함부로 움직이다가 국민경제만 망쳐놓았다는 사실도 같이 알 수 있었다랄까요. =_=;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수도 있지만…잠깐 시간 나실 때 한 번 읽어보세요.
永革 said,
September 3rd, 2008 at 4:05 pm
오.. 미르가 이런 사이트로 발전했군요. ㅎㅎ
재미 삼아 일요일에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고어핀드 said,
September 4th, 2008 at 1:09 am
1. 전 이미 사극에서 비슷한 상황을 워낙 많이 봐서 이젠 면역이 된 것 같습니다 -_-;
2. 사실 저도 비슷한 성격입니다 ^_^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없으면 공부가 잘 안되더라구요. 대학 들어와서도 한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뭐, 요즘은 “이걸 만들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뭘 공부해서라도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3. 솔로몬의 선택 하니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 대학 입학 직후 수업에서 “cpu 구조를 모르면 프로그램 언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별 쓸모가 없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무를 뛰고 있는 요즘따라 더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cpu 구조의 “아주 기본적인 뼈대” 만을 파악하기 위해서 수업을 세 개나 듣고 각종 자료들을 섭렵했는데, 이 작은 부품 가지고 대학원 가서 박사 따고 논문 쓰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만 듭니다. 어느 학문이든 기초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겠지요.
永革 said,
September 4th, 2008 at 3:34 pm
저도 어릴 적엔 드라마 키드였는데 어쩌다 이리 됐는지.. ㅎㅎ 그래도 사극은 당대를 다루는 게 아닙니다만, 저 드라마는 근대사회제도의 핵심인 법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 수준을 드러내 주는 것 같아서 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 그저 ‘자유민주주의’국가인가 봐요.
프로그래밍 언어도 CPU와 직접 관련이 있군요! 기계어라면 몰라도 고급언어는 그다지 연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어떻게 맞물리는지 궁금하지만 문외한으로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요. ^^;
J. said,
September 4th, 2008 at 11:22 pm
“근대법의 원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아는 게 중요한데” 이건 전공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그렇더군요. 법대 들어가기 전 1년 가량 헌민형 기본서(물론 헌/형은 강사책 -_-)를 꽤 열심히 보았지만, 막상 학교에서 수업을 듣노라니 혼자 읽으며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조리 개박살나더군요. 하물며 법의 원리라는 건…
永革 said,
September 5th, 2008 at 1:04 am
한국인의 법감정이나 법의식은 전근대에 머물러 있다고 흔히 말하잖습니까. 분별하고 세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직관적인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법과 관련된 요소를 대하는 태도에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비전공자도 큰 틀을 이해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2004년에 보았던 어떤 부사관은 전투화가 얼마나 단단한지 설명하면서 이걸로 사람을 차면 살인미수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살인미수가 성립하는 다른 사례를 말해보라고 하니 어떤 훈련병이 안경 낀 사람 안면을 타격하거나 태권도 유단자가 사람을 구타하는 경우가 있다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수준의 인식은 적절한 교재가 있다면 약간의 노력으로 범죄에 대한 개략적인 구조를 파악하게 하여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지요.
2년 남짓 법을 공부해 보니(제가 법학과에 학적을 올린 건 훨씬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_-) 도대체 법을 배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커지네요.
천어 said,
September 7th, 2008 at 4:11 pm
영혁 // “법을 배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제 제대로 법을 배우는 사람은 격감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눈물만 납니다.
永革 said,
September 8th, 2008 at 5:16 pm
법학교육을 정상 상태로 만들려면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교수들이 있었죠. 어차피 자격증 시험이 존재하는 이상 법학에 덤벼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법학은 그저 수험용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학부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법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실무를 처리하게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지요. 사실 별 탈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유키 said,
September 9th, 2008 at 3:47 pm
혹시 한게임에 계정이 있으시면 넷마블로 이전신청 해 놓으세요
한게임 대온서비스 종료한데요~_~;
ps.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에요 ( –);
살인미수가 성립하려면 살의를 가져야 하지 않나요? 아닌가 (…….);
살의가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죽이려다 실패했을 때 살인미수,
살의까지는 없는 상태에서 어쩌다가 사람이 죽을 뻔 했을 경우나 죽었을 경우에는
다른 말을 쓸 것 같은데 아닌가요? (…….);
라미아 said,
September 10th, 2008 at 12:32 am
유키 / 냅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하죠
살인의 고의가 없는데 사람을 죽였으면 과실치사가 될테구요
상해할 의도로 상해했는데 죽음에 이르렀으면 상해치사.
(뭐 이때는 미필적 고의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만)
상해할 의도도 없이 실수로 죽을뻔..하지만 죽지는 않았다면 과실치상이 되겠죠?
뭐 고의라는건 아니라고 잡아떼면 결국 정황이나 그런 보조사실로 추론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ㅋ
많이들 이야기 하는 안경 쓴 사람을 치면 살인미수다 뭐 이런 소리는 근원은 모르겠습니다만 공전의 히트를 쳤던 김수용 작가의 ‘힙합’만화책에 나왔던 대사였어요. 그 때 멋모르던 초중고딩들이 지금 그런 얘기를 진짜로 알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ㅋ
덧붙여 복서의 주먹은 흉기라서 특수폭행이 된다는 얘기는 일본만화책에서 봤던 대사인데 일본도 그렇게 보지는 않을 것 같다는..ㅎㅎ
놀러왔다가 뻘플이네요 ㅋㅋ
라미아 said,
September 10th, 2008 at 12:32 am
아참 영혁군이 ㅋㅋㅎㅎ 싫어한다고 썼던 것 같은데..-ㅂ-;
변두리 said,
September 10th, 2008 at 8:42 am
제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주제넘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 몇 가지 숨겨진 기준을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1. “근대 법학에 대한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글”은 인문학에서 다루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법학에서도 다룰 수 있긴 하지만 인문학을 주전공으로 하신 분들이 다루는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도그마를 넘어서는 부분이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의 깊이는 우리가 더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오류가 날 수 있습니다. (사대적인 언급을 좀 하자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역시 인문학에서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인문학이 경시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체계파괴적 초기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2. 사법시험에 대한 평가에 논리비약적인 성급한 일반화가 들어 있습니다.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다른 게시글에서도 이런 방법을 아주 싫어하고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 쉽게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물론 타당하지만 방법론상 ‘얄밉게도 부지런하지만, 한국의 현실을 너무 잘 알아서 공적인 체계에 대한 이해는 할 지언정 오히려 위선적인 사상을 가진, 자칭 보수주의자들’을 체계내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긴다는 의미는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2번의 문제는 그리 쉽지 않는 면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 더 멋진 후배가 될 것 같습니다.
3. 법학은 실무로 나가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어차피 수험용이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을 학부나 전문대학원에서 교육시킬 필요도 배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실무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있고 법이론과 법이념이 함께 연구되어 예측이 필요한 방향설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입법과 행정의 해당 부분과, 기준과 한계를 설정해주는 대판, 헌판등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법치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는 나라와 공허하게 느껴지는 나라를 구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숨어 있는 문제는 이론이 실무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똑똑한 머리숫자의 차이점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키 said,
September 10th, 2008 at 11:12 am
라미아 // 역시 살의가 있어야 살인죄 ~_~;
오래 전, 경찰청사람들 열심히 봤던 보람이 ( –);
永革 said,
September 10th, 2008 at 3:04 pm
유키 / 라미아군이 잘 답변을 해주었군요. ㅎㅎ
라미아 / 아, 그런 만화가 있었나보우. 하긴 나도 어렸을 적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더라지.
변두리 / 인문학이 자기 보전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거군요! 학부 교양 강의로 개설되는 법학통론 같은 수업이 근대 법학에 대한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을 텐데, 이래서 교양 강의를 오히려 경륜 있는 교수가 맡고 전공 강의는 막 학위를 취득한 젊은 선생이 가르치는 게 좋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네요.
수험준비가 뜻대로 되지 않다보니 치졸한 감정을 그냥 드러내보이고 만 것 같습니다. 블로그도 공공장소라 할 수 있으니 낯 부끄러운 한탄은 이제 그만 늘어놓아야겠네요.
그러고보면 분쟁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일상적인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법학 자체를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겠네요. 말씀대로 그 이상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그 방면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배출되지 않는 구조가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 같으니 더 비극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쓰신 문장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이론이 실무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의미신지요?
변두리 said,
September 11th, 2008 at 6:04 am
교양/전공필수/전공선택 이라는 구분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한 번 재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독일에서는 없는 교양에 대한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만… 자세한 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죠.
경륜있는 교수가 맡아야 할 교양강의라는 것은 사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에 와서는 더욱 더 계륵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최소한으로 축소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 문장은 명확하게 적지 못해 다시 이렇게 댓글과 설명을 드려야 하는 불편함을 만들었군요.
세부적인 문제들과 전체를 아우르는 실력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무래도 지금은 법원과 로펌이 우세하기 때문에 - 인문사회과학에서는 머리싸움이 제일 중요합니다 - 법학전문대학원으로의 변화가 그런 점에서 약간 좋은 점이 있지는 않을까 희망을 가졌더랬습니다만 서울대, 연대, 고대에서 들려오는 실무출신 교수들의 소식은 별로 희망적이지 않더군요. 앞으로 고민해 봐야할 일이겠죠.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후배분이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보다는 요령이 좀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시간은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죠.
永革 said,
September 11th, 2008 at 8:31 pm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저작을 보면 대학은 본래 교양을 쌓는 곳이라며 일본 대학에서 교양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던데, 다음에 이 문제에 관한 말씀을 더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실력 있는 법률가는 칙선변호사를 거쳐 판사가 되고, 프랑스에서는 법제관에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지망하고, 독일에서 제일 똑똑한 법학도는 법학자가 된다던데, 독일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법치주의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어디서 어떻게 맡는지 또 궁금해지네요.
허나 충고해 주신대로 이제 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고 지금 필요한 일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어핀드 said,
September 17th, 2008 at 8:41 pm
영혁 // 다치바나 다카시라면… 겠군요. ㅎ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080917053202615&p=yonhap
북괴의 대남 적화 공작이 극에 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위 링크 기사처럼 정부 요직까지 점거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찌르자 공산당!! 분쇄하자 남침야욕!!
(…?)
永革 said,
September 18th, 2008 at 2:59 pm
어제 남기신 코멘트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름을 잘못 적었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정부 요직에 앉은 인물들이 공산주의 정권과 비슷한 정책을 편다는 의미인가요? 아, 반시장적이니 공산당과 연결시키신 건지?
고어핀드 said,
September 18th, 2008 at 7:00 pm
아, 위 리플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를 인용하신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에 꺾쇠를 쓰니 “…” 이 되어버리네요. 태터툴즈처럼 리플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미처 수정을 못했습니다. -_-;
글구 아래 쪽은 정부 요직에 앉은 인간들이 펴는 경제 정책과 그들의 평소 언행(”무찌르자 콩사탕”)을 조롱한 거구요(…)
덤: 간만에 빵 터지는 만화 http://leenyuk.egloos.com/2031222
永革 said,
September 20th, 2008 at 6:07 pm
아, 코멘트에 꺾쇠를 쓰면 안의 내용이 삼켜지는 현상이 발생하더라구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론이 책으로 한 권 더 번역되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한국어판 제목은 천황제와 도쿄대를 강조했더군요.
신자유주의를 놓고 전직 대통령께서 한 마디하신 게 있던데 좀 당황스럽더군요. 이래 저래 그 분의 심리를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만..
永革 said,
September 20th, 2008 at 6:37 pm
歸屬財産이 敵産이라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 한심한 일이다.
고어핀드 said,
September 22nd, 2008 at 3:20 pm
아니, 지금 들어와 보니 지난 토요일인가 쓰신 글이 지워져 있네요. 봉하마을 아저씨(?)가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 대단히 독특한 견해를 피력했다길래 영혁님 포스팅이랑 꼼꼼하게 비교해서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_^;
적산에 대해서는 피천득 옹 수필집에서 읽은 것 같습니다. 미군에서 일하는 친구가 적산가옥 하나 못 해먹었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아, 그리고 요즘 보수 우익이라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황당한 글들을 읽었습니다. 금융위기가 곧 자본주의의 종말은 아니라면서, 물건 사고파는 것은 고려 시대에도 있었으니(!!) 자본주의는 영원할 거라고 하지 않나(저보다 더 신앙이 깊어보였습니다.) 외할아버지 유언 지켰다고 문근영을 “공화국의 아이돌(!!)” 이라고 하질 않나… 자기네들끼리 맞장구치고 욕하는 것을 보니 아고라에서 떼쓰는 아이들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저런 이들이 자유주의자라고 자칭다니, 제가 더 민망합니다.
永革 said,
September 22nd, 2008 at 6:22 pm
글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었고 두 개의 토막글을 인용하고 촌평 한 줄을 덧붙인 것이었습니다. 쓰고보니 주제 넘는 짓 같아서 그냥 삭제했지요. 저는 문제가 된 노무현의 견해만 따로 분리해 놓고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에 추진했던 정책을 떠올리면 厚顔無恥 네 글자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보수 우익이라는 말이 이땅에 뿌리 없이 떠도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뭐.. 김연아도 공화국의 아이돌인 것 같았습니다만.
귀속재산은 민법 판례에 등장하는데 이를 불하하는 게 공법 관계인지 사법 관계인지 외워둬야 하는 것이랍니다. 항상 헷갈려서 도대체 이게 뭔지 검색해서 엊그제 겨우 알게 된 것이지요. 이제 까먹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어핀드 said,
September 22nd, 2008 at 7:22 pm
예? 김연아 양도 뭐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좌파들이 영화들 통해 사상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던 전여옥 의원이 이번엔 여동생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고 할만한 것이로군요. 오오 통재라. 개한테는 먹이를 주면 안되는 법이거늘. ;ㅁ;
아, 그리고 법적인 방향으로 질문이 하나 있는데 해도 괜찮을까요? ^_^;
永革 said,
September 23rd, 2008 at 12:50 pm
아, 그냥 김연아도 보수 우익이라 떠드는 치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콘 역할을 하더라구요. 무슨 광고에서 지가 연습한 공간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졸라 넓다.. 뭐 이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학생은 그저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는 전제 아래 적용되는 법리를 배울 뿐인지라 실제 문제라면 답변해 드릴 만한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유키 said,
September 26th, 2008 at 8:35 am
뜬금없는 질문 하나!!
불법과 편법의 정확한 차이는 뭘까요? 바루스님의 명쾌한 리플해설을 기대하며 (………);
천어 said,
September 27th, 2008 at 7:26 pm
댓글이 줄줄이네요. 편법은 탈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제 민법도 가물가물해져서-_- 의미상으로는 편법이 탈법인가 아니면 법이용행위일까,
그보다 법제사 법사회학 법경제학 따위는 왜 법학자만 거의 하고 있는지 생각중입니다. 영혁님의 고견은 어떠신지요?
永革 said,
September 29th, 2008 at 2:10 pm
편법은 일상용어인 것 같구요, 법률용어로서는 탈법이 있습니다. 불법은 법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을 의미한다면, 탈법은 해당 규정에 바로 저촉되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그 법규가 금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뜻하지요.
永革 said,
October 2nd, 2008 at 6:33 pm
천어님 코멘트가 스팸으로 분류되었더군요. 이제 건져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편법은 그저 간편한 방법의 축약어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만, 현실에서 쓰이는 어감은 아무래도 탈법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제 주제에 무슨 고견이 있겠습니까만은, 일단 말씀하신 분야를 연구하는 법학자 숫자 자체가 굉장히 적은데다가 사학이나 사회학, 경제학도 법을 연구할 만한 여유나 역량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뾰족한 이유가 있으려나요. ^^;
천어 said,
October 3rd, 2008 at 6:05 pm
가끔 코멘트가 사라져서 무슨 조화인가 고민하는데 그런 이유였구만요………..;
고어핀드 said,
October 10th, 2008 at 12:10 pm
질문을 드려놓고도 회사일에 바빠서 답글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
문근영 양을 공화국 아이돌이라고 부를 때의 공화국은 북한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북한이 공식 담화를 할 때 그런 표현 잘 쓰잖아요. 근영냥 외할아버지가 통일운동가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한국전쟁 때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실형을 받고 복역한 바도 있다고 하네요.
그 노인이 죽을 때 자기가 범민련에 빚이 있으니 부조금은 범민련에 주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그래서 근영냥 부모님이 5천만원을 범민련에 기증한 건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모양입니다. 덕분에 요즘은 근영냥 관련 기사에 “전라도 빨xx년”, “문근영은 기부도 전라도에만 한다” 는 류의 악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요.
블로그에 지저분한 링크 남기기 싫어 따로 링크를 드리지는 않지만, 구글에 “문근영 공화국 아이돌” 이라고 치면 아마 관련글 블로그 포스트가 나올 겁니다. 그 글 쓰고 답글 단 사람들도 모두 이글루스에서 유명한 꼴보수 악플러들입니다. 제가 팬이기 때문도 아니고 또 범민련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덕분에 한국에서 보수 우익은 사람이 아니라는 평소의 확신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저건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중세의 광신도에 가깝습니다.
* 제가 질문하고 싶은 사항은 헌법에 관련된 것인데요, 리플로 달기엔 너무 길어 메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ラミア said,
October 14th, 2008 at 9:16 pm
발표 전에 봤으면 좋겠는데 공부하고 있는 사람한테 술 먹자고 하기가 좀 그러네.
목요일에는 봉형이랑 야구 보러 가는 듯 하고
금요일 저녁에는 내가 약속이 있고..
언제가 좋으려나?
永革 said,
October 15th, 2008 at 8:29 pm
천어 / 제 블로그에서 또 표시되지 않은 코멘트가 있었나요? 스팸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다 건져내고 있습니다만.. ^^;
고어핀드 / 아하, 문근영 조부의 전력은 들은 적이 있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허나 대한민국도 민주’공화국’이지 말입니다. ㅎㅎ 한국에서 내가 보수요 우익이라고 말하는 자처하는 사람 중에 멀쩡한 사람 찾기가 어렵습니다. 진보나 좌파연 하는 사람도 비슷하기는 합니다만. 저도 블로그에 신경 많이 못 쓰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고어핀드님도 무척 바쁘신 모양이에요.
ラミア / 싸이월드 자네 미니홈피에 방명록 남겼소!